벚꽃 유감(遺憾)
일본인(日本人)들의 사쿠라(벚꽃) 사랑은 유별나다.
"꽃은 벚꽃이 최고요,"
"사람은 무사(武士)가 제일이다." 라며 벚꽃을 귀히 여긴다.
그리고는
벚꽃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화사하게 꽃이 피어날 때가 아닌
꽃이 질 때 산산이 흩날리는 벚꽃이 가장 아름답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벚꽃을 보면서...
사나이는
거칠것 없이 한세상을 풍미하다가 꽃이 지는 모습처럼
짧고 아름답게 떠나야
가장 훌륭한 무사(武士)라는 말이다.
지난날 센고쿠시대(戰國時代) 무장(武將)들은 지는 벚꽃의 무상함에서
오히려 무사(武士)의 미학(美學)을 발견했다.
꽃잎은 작은 바람에도 마치 함박눈이 날리 듯
사정없이 쏟아져 내린다.
벚꽃이 지는 모습을 보면 나는 아름답기보다는 야속한 생각이 먼저 든다.
"좀더 피어 있으면 안되나~?"
필 때도 뭔 성질이 어찌나 급한지,
하룻밤 새 눈송이가 내려 안듯이 새하얀 꽃송이가 온 나뭇가지를 뒤덮는다.
만해(卍海) 한용운(韓龍雲)님은
항일운동(抗日運動)을 하다 옥에 갇히게 되었는데,
옥중(獄中)에서
창살 너머로 피어난 벚꽃을 보며 이런 시(詩)를 남겼다.
見櫻花有感(견앵화유감): 벚꽃 유감
昨冬雪如花(작동설여화): 지난 겨울은 눈이 꽃과 같더니
今春花如雪(금춘화여설): 올봄은 꽃이 눈과 같구나.
雪花共非眞(설화공비진): 눈도 꽃도 모두 진짜가 아니거늘
如何心欲裂(여하심욕렬): 내 마음 찢어지려 함을 어찌할거나.
겨울에는 눈을 보고 벚꽃을 연상하고,
거꾸로 봄에는
벚꽃을 보며 눈을 연상한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눈은 눈이고
꽃은 꽃일 뿐이다.
승려였던 시인(詩人)의 눈에는
꽃이고 눈이고 모두가 참(眞)이 아닌 허상(虛像)일 뿐,
그저 겉으로 드러나는 껍데기일 뿐이다.
"색이 공과 다르지 않고 공이 색과 다르지 않으며,
색이 곧 공이요 공이 곧 색이다." 라는
공즉시색(空卽是色), 색즉시공(色卽是空)을 가슴에 품고 사는 승려이기에,
시적(詩的)인 안목도 남다른 깊이가 있다.
눈이 내려도...
꽃이 피어도...
나라 잃은 서러움과 혼탁, 무법을 벗어나지 못하는 세상의 모습에서
시인(詩人)은
가슴이 갈가리 찢어지는듯한 고통을 느꼈다.
지난날 우리 딸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하여
교과서를 타온 날
우연히 국어교과서를 넘겨보니
김지하(金芝河) 시인(詩人)의 "새봄" 연작시(連作詩) 중
아홉 번째 시(詩)가
중학교 1학년 국어교과서에 실려 있던 걸로 기억한다.
지금도 실려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짧지만 내용이 깊고 여운이 많이 남는 시(詩)였기에 아직도 기억을 하고 있다.
새봄
벚꽃 지는 걸 보니
푸른 솔이 좋아
푸른 솔 좋아하다 보니
벚꽃마저 좋아.
엇그제는 팥고물 같던 벗꽃이
어느새 피어나
이젠 눈이 내리듯 지고있는 중이다.
벚꽃을 보며...
누구는
"무사(武士)의 굵고 짧은 삶을 떠올렸고,"
또 누구는
"허상(虛像)의 세계에 고통스러워하는 자신의 못남을 한탄했으며,"
그리고 또 어떤 이는
"아쉬움 속에서 너그러운 포용(包容)을 생각했다."
그런데 난
지는 벚꽃 보며 섭섭하고 아쉬움만 가슴속에 남으니...
그저 밥이나 축내는
축생(畜生)과 다름없는 삶을 살 뿐이다.
어찌되었거나 봄날은 오고 또 간다.
손로원 작사, 박시춘 작곡
백설희씨가 1953년에 불러서 엄청난 히트를 친 노래이다.
그 후로 많은 가수들이 부르기도 하고 또 리메이크도 하여 불렀던 노래로
이젠 국민노래가 된 "봄날은 간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씨-어가며
산제비 넘나들던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 가더라
오늘도 꽃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열아홉 시절은 황혼 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뜬 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 봄날은 간다 ...